Artist : Andy Kubert
젊은 시절 저는 여기저길 떠돌며 극단에서 배우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단 편지를 받고 아버지를 만나러 돌아갔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웨인가를 돌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탄 열차가 고담시에 닿을 때쯤 아버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웨인 박사님은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아버님이 임종하시는 날까지 아버님을 돌봐주셨습니다.
그분들은 제 가족이나 다름없었고, 그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전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게 너무 갑작스레 나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그 거리에서 말이죠.
부모를 잃은 브루스 도련님은 오랫동안 슬픔에서 해어나오지 못하셨습니다. 그분은 몇달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도련님은 체력을 단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수년이 지나고 전 도련님이 복면을 쓰고 댁을 나서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날밤 전 거리에서 다쳐 쓰러진 도련님을 발견해 댁으로 데려와야했습니다.
그 후 도련님은 박쥐를 본 뜬 옷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 순간이 설마 도련님의 기행이 끝나고 새로운 광기가 시작되었단 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브루스 도련님이 특이한 행동을 하긴 했지만 박쥐 옷을 뒤집어 쓰고 범죄와 싸운다는 건 결코 정상이 아니였습니다.
박쥐 코스튬을 입고 좋아라했던 브루스 도련님의 미소도 금새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밤에 돌아다니며 범죄자들에 맞서 싸우고 다녔지만 대부분 도련님은 그들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부끄러워진 도련님은 절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련님은 절망하고 좌절하셨습니다.
어느날 극단에서 함께 연기했던 동료가 고담시를 방문해 전 그를 만났습니다.
난 연기를 그만뒀어 알피, 너무 연기에 함몰되어서 날 미칠 지경에 이르게 했어.
아내마저 날 떠나고 난 희극 연기를 시작했어. 나이트클럽에서. 하지만 언제까지나 남을 웃기며 살 순 없었어.
에디, 부탁이 있어. / 말해봐.
내가 모시는 브루스 도련님을 다시 생기가 돌도록 만들 게 필요해. 범죄와 관련이 된 뭔가로 말이지.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범죄자를 생각했는데, 자네 그런 인물을 연기해 줄 수 있나?
수수께끼를 내는 범죄자를 연기해달란 말인가?
자네가 수락해준다면 그렇다네.
리들러는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코스튬을 디자인한건 그 친구였죠.
브루스 도련님이 절망스러울 때면 전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친구들 덕분에 도련님의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걸론 부족했습니다.
브루스 도련님에겐 숙적이 필요했습니다. 에이허브 선장에게 모비딕이 있는 것처럼, 홈즈에게 모리아티 교수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후회스럽지만 결국 제가 해야만 했습니다.
하얗게 분을 칠하고
립스틱으로 입술을 붉게 칠하고
보라색 옷을 입고서 머릴 녹색으로 염색했습니다.
그 자체론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았습니다.
거울을 보며 웃기 전까지는요.
그 당시는 영광의 나날이었습니다.
브루스 도련님은 마침내 절망의 그늘에서 벗어나셨습니다.
그분과의 놀이는 계속되었습니다. 한달에 한번이나 두번정도면 그분에게 생기를 불어넣게 하는 데 족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도련님은 바보같았지만 그럼에도 뛰어난 탐정이셨으니까요.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그래 알프레드. 이것들이 다 뭔지 설명을 해 주었으면 하네.
그것들은 할로윈 코스튬입니다.
내게 거짓말할 필요없네. 오지 체스터필드, 자네 친구 팽귄이 다 털어놓았어.
자네가 있었던 극단에 대해서도 알고 있네.
그리고 조커를 연기한 건 바로 자네였어.
왜지? 알프레드?
도련님에게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게 전부 거짓말이란 말인가? 내가 해 온 모든 일들이 다 거짓이라고?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
주인님이 범죄와 싸운다고 믿으신다면 주인님은 정말로 범죄와 싸우시는 겁니다.
이 모든 게 대단한 농담이나 다름없잖나. 안그런가?
제가 꾸민 이 일들이 이런 식으로 끝나길 바라진 않았지만 이젠 끝내야 되겠군요.
알프레드, 끝난 게 아냐.
배트맨이란 존재가 없었다해도 난 지금도 배트맨일세.
내가 싸운 범죄들이 전부 거짓일지라도 말일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난 계속 싸울거네.
자네가 생각하기에 배트맨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
이 모든 걸 포기하고서 드러누워 죽음을 기다리며 지낼까?
아닙니다. 주인님. 배트맨은 절대로 그냥 주저앉은 채로 죽지 않을 겁니다.
도련님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야간 순찰, 알프레드 저걸 보게.
도련님의 말씀에 창밖을 보니 배트 시그널이 구름을 뚫고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조명을 밝히라고 했나?
아니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배트멘이 필요하단 말이군.
무슨 일이죠?
리들러에요. 아이들을 인질로 붙잡고서 당신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그자는 리들러가 아니요.
나이트클럽에서 코미디 연기를 하는 에디 내쉬란 자요.
알프레드와 뭘 벌이는 지 알고있소. 에디 내쉬. 다 끝났오. 이제 그만해요.
난 에디 내쉬가 아니야. 난 리들러라고.
리들러는 가슴에 커다란 물음표가 그려진 녹색옷을 입고서 배트맨을 죽이고 싶어해. 맞지?
총 내려놔요 에디.
전 도련님을 이곳으로 모셔왔습니다.
셀리나에 이어 알프레드의 이상한 고백을 지켜보던 브루스는 이 광경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브루스는 정체를 알수없는 그의 동행자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말도 안돼. 지금 이 이야기들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지 알아요?
제가 정말 죽은 건가요?
아직은 아냐.
그럼 당신은 죽음인가요?
난 죽음이 인간같은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브루스.
그럼 당신이 누군지 제발 말해줘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요.
넌 세상에서 제일가는 탐정이야. 브루스,
직접 파해쳐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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